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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의전설

승천한 백룡 (영암읍 역리 백련동)

"여보게나, 김서방."
"왜 그러신가요 어르신."
"오늘이 며칠인지 알고 있남?"
"그러믄요 아다마다요. 오늘이 섣달 스므아흐레지요."
"그런데, 자네 행색이 그게 뭔가?"
"하도 바빠서 저녁에 깨끗이 할 것이구먼요."
"자네 잘못했다간 올해 동네에 큰일 나네. 큰일나면, 어쩔려고 그러는가?"
박참봉이 혀를 끌끌 차며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명절이 되면 이 마을에서는 양반네나 머슴이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목욕을 하고 몸을 정결히 하였습니다. 박참봉이 김서방에게 이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이무기 한 쌍이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 뒷편에 작은 연못이 있는데, 그 옆에 있는 굴 속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 이무기들은 마을에 많은 흉액을 가져와 마을 사람들을 괴롭혀 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를 달래기 위해 명절을 맞을 때마다 이무기가 살고 있는 마을 뒤 연못가에 가서 제를 올리고 그해의 무사를 빌어 왔습니다. 제를 지낼 때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목욕 재계하고 마을 대표가 제관이 되어 제를 지냈습니다. 어쩌다가 정성을 다하지 아니했을 때는 그 해에 흉액이 뒤따랐던 것이었습니다. 젊은이가 비명횡사를 한다든지, 농사를 망친다든지, 괴질이 돈다든지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명절이 가까워지면 서로를 살피며 몸을 깨끗이 하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갖은 음식을 장만하여 정성을 다하여 제사를 지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깨끗한 몸가짐으로 제사를 지냈으므로 제관은 흐뭇해 하였으며, 마을 사람들도 올해는 풍년이 들 것이라고 좋아했습니다.

정월 초사흘이었습니다.
대나무잎을 가볍게 비추던 해님도 어느덧 서산으로 기울고, 초사흘달이 서산에 언뜻 비추는 듯하더니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져 이내 칠흙 같은 장막이 되었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폭우가 쏟아지며 뇌성이 울리고, 벼락이 치는 무서운 시간이 한참동안 계속되더니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춘 듯 조용해졌습니다. 그러더니 오색 영롱한 서기가 하늘로 뻗치고 바위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한 쌍의 하얀 용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이내 세상은 다시 조용해지고 별빛은 총총히 빛났습니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가 승천하였다고 기뻐하며 쏟아져 나와 다시 제를 지내어 하느님께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 이후에 마을의 흉액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풍년이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명절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용이 승천한 자리에 남아 있는 바위를 정결하게 청소하고 제를 지내왔습니다. 이리하여 백룡이 승천한 이곳을 백룡동이라고 하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백련동으로 바뀌어 불리워 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를 지내는 풍속은 사라지고 백룡이 승천한 자리에 그때 갈라졌다는 바위가 남아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