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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특별기획전 하정웅컬렉션 특선 김등미전 _꽃외길로

2014-04-10   |   창의문화사업소조회수 : 4566

꽃 외길로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하정웅

 

김등미씨는 서른살때 남편 심만섭씨(후에 중앙대학 경제학부 부장)의 귀가가 항상 늦어지면서 자신이 좋아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춘양회에 출품해서 입선한 계기로 화가가 되려고 생각했었지만, 심만섭씨는 관심도 이해도 표시하지 않았다. 당시 생활은 궁핍해 있었으며, 심만섭씨는 적은 월급으로 생활비도 만족하게 주지 않았다고 한다. 학자로서 대성했으면 하는 욕심과 바램으로 그림을 팔아서 자녀를 기르며 생활을 꾸리고 남편에게 헌신하며 두사람의 묘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심만섭씨는 시끄러울 정도로 밖에 나가면 여러번 전화하는 분이었다고 한다. 결혼전 교제중에 트렁크 2개분의 연애편지를 보내 올 정도였으며, 애정이 담긴 그 연애편지는 이세만(伊勢彎) 태풍 때, 모두 유실되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2000년 제3회 광주 비엔날레 개최 때 나는 “재일교포의 인권전”을 기획했다. 그 때, 나의 컬렉션인 김등미씨 작품 2점을 전시하고 부부를 광주에 초대했다. 결혼하고 나서 부부가 함께 여행하는 것이 처음이란 말을 듣고 나는 믿을 수 없어 놀랐다.

광주 방문으로 심만섭씨는 처음으로 화가 김등미씨를 인정하고 이해했다고 한다. 얼마 안 있어 심만섭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돌아가셨다. 돌아가실 즈음 남편이 상냥하고 서로 사이가 원만해져 김등미씨는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흘린 눈물은 많이 있었을 터지만 “평생 두번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한 행복을 잊을 수 없습니다”라고 나에게 절실하게 말해 주었다.

 

김등미씨는 한결같이 꽃을 꾸준히 그려 왔다. 자신의 심정을 꽃에 담아 그리는 꽃 외길 인생의 심상화가이다. 신비한 정감을 가득 채운 자양화나 팬지 등의 작품을 즐겨 그렸다.

김등미씨는 바이올렛 색이 지니는 슬픔과 깊은 매력에 끌린다고 한다. 보랏빛을 띤 화면은 모네의 수련 이미지에도 겹치는 감성의 세계로 이어져 수려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흰 꽃, 무궁화에 조국의 통일과 평화의 상징인 새(비둘기)를 그려 넣어 화가들이 좋아하는 색조 색채로부터 재일교포의 경계에서 오는 감정이 표현되고 있는 것에 나는 호감을 갖는다.

꽃의 생명, 시공을 초월한 영적인 세계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여성스러운 섬세한 색조와 감각은 다정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마음속으로부터 위안이 되는 것은 재일교포로 함께 살아 온 공감 때문일까?

김등미씨의 꽃의 세계는 생명의 찬가, 끝없는 외경의 세계, 진혼과 기도의 세계이다. 2011년 8월 3일, 김등미씨는 47점이나 되는 훌륭한 작품을 하정웅컬렉션으로 기증해 주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이다.

그 작품은 2012년 9월 3일에 개관한 영암군립하미술관에 수장되어 오다 작품을 공개하는 기증전(2014. 4. 4∼ 6. 29)이 개최되게 된 것을 축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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